채권, 시중자금 흡입… “안전이 최고” 투자몰려 하루거래량 사상최고치
입력 2010-03-08 17:59
채권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하루 평균 채권 거래량은 지난달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발행 규모는 증가세이고, 채권 수익률은 하락세다.
채권시장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갈수록 강해지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있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데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안전자산 선호 현상’=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채권 거래량이 하루 평균 12조3700억원에 이르렀다고 8일 밝혔다. 사상 최고치다.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면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다. 직전 기록은 지난해 11월 12조600억원이었다.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기준물인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해 말 4.92%에서 이달 들어 4.5%대까지 떨어졌다.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돈이 몰리면서 채권 발행 시 지급해야 할 이자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채권 매입의 주역은 은행과 보험회사다. 은행권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08년 월평균 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원, 올 들어 11조4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보험회사도 올 들어 3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은행·보험회사가 채권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업종 특성이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은행 예대율 규제(예금으로 받은 돈 이상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내년 4월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한 위험기준 자기자본 제도(RBC·위험에 상응하는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 시행 때문에 채권 매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서재형 거래소 채권시장팀장은 “그리스 국채 발행 등으로 남유럽 소버린 리스크(재정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소버린 리스크, 출구전략(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돈이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활황…금리 인상이 변수=채권시장 체감지표(BMSI)는 이달 108.3으로 지난달보다 8.7포인트 상승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시장 상황이 좋아진 것이다. BMSI는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을 보유·운용하는 124개 기관 1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수다. 170 이상이면 ‘과열’, 100 이상이면 ‘호전’, 100 이하면 ‘악화’, 30 이하면 ‘패닉’을 의미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약화, 경제지표 안정세 등이 채권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채권시장 활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위원은 “올 들어 위험자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위험자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에 당분간 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하반기 후반이나 내년 초쯤 금융시장 변수들이 진정되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