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점프볼, 사령탑 출사표… “우정보다 진한 승부” 뼈있는 덕담
입력 2010-03-08 18:04
짐짓 여유를 부리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으나 한편에선 뼈있는 농담이 오고 갔다. 결국 옆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은 친구이기도 하고, 선·후배이기도 하지만 우승을 위해선 꺾어야할 적장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2009∼2010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개 팀 감독들이 8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 모여 우승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막판까지 우승을 놓고 다툰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부산 KT 전창진 감독은 오래된 친구답게 서로 파이팅을 기원하는 등 덕담을 주고 받았다.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여러 차례 올라갔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승팀 모비스와 동률을 기록하고도 2위로 시즌을 마친 전 감독은 “상대의 단점을 찾는 것이 관건인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다행”이라며 말을 아꼈다.
두 감독 모두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확보한 만큼 남은 기간 선수들의 체력을 보완하고 단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전술을 찾는데 주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팀들도 덕담을 주고받기는 마찬가지였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동부를 만난 창원 LG 강을준 감독은 “작년에는 1년차 감독으로서 첫 플레이오프에서 여유가 없었는데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냉정을 잃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할 것 같다”며 “같은 강씨끼리 좋은 경기를 해보자”고 말했다. 강동희 감독은 이에 “LG는 4위이지만 사실상 1위나 2위라고 해도 될 강팀”이라며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를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접전을 벌인데 이어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마다 전략이나 경기 상황을 담은 사자성어를 기자들에게 언급했던 삼성 안준호 감독이 올해는 “사자성어를 준비해놓은 게 없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허재 KCC 감독은 이에 대해 “삼성이 아마도 예상을 뒤엎고 6위로 떨어지면서 우리를 만나 불안해서 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허 감독의 발언에 대해 의자에 몸을 뒤로 젖히고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안 감독은 “선수들이 8시즌 동안 플레이오프를 해봤기 때문에 큰 경기에 강하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게 우리 무기”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