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승 (16) 법을 통한 선교 위해 ‘아시아법연구소’ 설립

입력 2010-03-08 17:55


현 정부가 추구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될 때 가능하다. 공정위는 기업 활동의 기초인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를 하도록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이 규제 없이 마음대로 활동하는 나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일부의 인식과 철학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놓고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재임 2년 동안 공정위원장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고 그곳에서 우리나라 경제 질서 선진화를 위해 노력케 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돌아온 지금도 시장경제의 파수꾼인 공정위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하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하나님은 또 나를 어떻게 사용하실까. 하나님은 이미 오래 전부터 또 다른 길을 예비하셨다. 법을 통한 선교가 그것이다. 아시아법연구소 설립은 이 같은 소명의 구체적인 열매다.

1998년부터 해외 각지를 다니며 나는 이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 그해 안식년을 맞은 나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방문교수로 지내며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KOSTA의 지역대표자 모임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캠퍼스 선교 등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1999년 8월에는 시카고에서 열린 KOSTA에 참가, 학생들에게 ‘신앙과 전공’에 대해 특강했다. 내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과 후 신앙과 전공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간증했다. 이를 통해 은혜를 나누면서 법을 통한 선교에 비전을 갖게 됐다.

2002년 7월에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한국·키르기스스탄 법률가 대회에 참가했으며, 귀국길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 세미나에 참석했다.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선교 중인 선교사들과 가족을 위한 자리였다. 이곳에서도 선교에 대한 큰 도전을 받았다.

이처럼 나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 해마다 참가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 곳곳에서 헌신 중인 하나님의 사람들과 교제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들 나라가 우리의 법과 제도 발전에도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3년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연구할 때 나는 이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확인했다. 한인교회 청년들에게 도전을 주기 위해 묵상하던 성경 구절이 이사야 58장 12절 말씀이었다.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이 내용 중에 ‘오래 황폐된 곳들’과 ‘역대의 파괴된 기초’라는 부분이 크게 부각됐다. 전자는 체제전환국을 가리키는 것, 후자는 법과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황폐된 곳, 즉 체제전환국에서 역대의 파괴된 기초, 즉 법과 제도 정비를 지원하고 법률가 양성에 협력하는 것을 말씀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를 위해 기도하며 만든 것이 2004년에 설립된 아시아법연구소다. 뜻을 같이하는 법률가들이 함께했다. 이용훈 변호사(현 대법원장)가 초대 이사장을, 내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아시아법연구소는 그동안 우리의 법과 제도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중국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의 법과 제도 정비를 돕고 법률가 양성을 지원한다. 또 아시아권 법학자와 법률가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