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개발지역 교회들이 유의할 점
입력 2010-03-08 15:25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전문가 그룹과 의논하라, 교회의 본래 사명을 잊지 마라.”
재개발 택지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존립의 위기를 맞는 교회가 있다. 무리없이 잘 대응해 더 좋은 환경에 자리 잡는 교회보다는 눈물을 머금고 오랜 사역지를 떠나는 교회들이 더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도시재개발 지역 교회들을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사회봉사부는 지난 5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재개발지역 교회 대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때 전국 교회가 참고할 만한 조언들이 다수 제기됐다.
세미나 발제는 총회 사회봉사부 산하 도시재개발교회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1년여간 전국의 재개발 지역 교회 피해 사례를 수집, 상담해 온 위원들이 맡았다. 서울 한세교회 하학봉 목사는 “가장 안타까운 것이 주위에서 개발 정보가 들리는데도 누군가 먼저 접촉해 오기를 바라고 관망만 하는 교회들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현재 한창 분쟁 중인 교회들은 대부분 이렇게 초기 대응 기회를 놓친 경우들”이라고 강조했다.
즉 교회는 위치한 지역에 개발 조짐이 있을 때부터 관련 자료를 모으고, 건축과 설계 전문가를 통해 교회 토지 및 건물 가치와 기회손실비용을 계산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재개발 또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기 전이어도 구청과 조합 추진위원회 등과 논의해 좋은 조건으로 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법률사무소 원전 소속 이승훈 변호사는 “초기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합의를 문서로 남겨놓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합 또는 조합추진위 측과 만나서 어떤 합의를 했다면 이를 공문으로 보내고, 그에 대한 답변을 문서로 받는 식으로 합의 내용을 문서화해 두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만에 하나 조합이 깨졌다가 다시 세워지는 등 변수가 생겨 법적 분쟁에 이르더라도 교회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교회’라는 본분을 잊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위원회 위원장인 정판식 서울 국일교회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개발에 휘말리면서 수십 년 봉사와 사역으로 쌓아 온 좋은 이미지를 잃곤 한다”면서 “개발 이익보다는 교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초점을 두고 대처, 지역사회에서 명망을 얻는 것이 장기적 사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상가임대차교회, 즉 상가 건물에 세 들어 있는 교회들에 대한 법적 구제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세무사인 김진호 광석교회 장로는 “상가 교회는 다른 임차인들이 받는 영업손실 보상금마저도 영업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못 받는다”면서 “최소한 이주비, 시설비라도 보상받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