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키스로 혀 절단된 10대, 친구에 “도와줘” 문자메시지
입력 2010-03-08 21:55
서울 중곡동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조모(43·여)씨는 5일 오전 3시쯤 술에 취한 채 귀가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 7명이 무리지어 서 있는 것을 본 조씨는 “늦은 밤에 집에 안 가고 뭐하느냐. 얼른 들어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무리 중에 있던 김모(16)군은 취한 조씨에게 “빨리 집에 가시라. 집이 어디냐. 찾아갈 수 있겠냐”며 그를 부축해 함께 걷기 시작했다.
400m 정도 걸었을 때 조씨가 갑자기 돌변했다. 김군에게 “키스하자”고 말했다. 김군이 거절하자 조씨는 주먹으로 김군을 수차례 때린 뒤 강제로 키스를 했다. 그러고는 김군의 혀를 치아로 깨물어 절단시켰다.
깜짝 놀란 김군은 조씨를 밀치고 도망쳤다. 잘린 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다급한 마음에 친구 최모(16)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혀 절반이 잘려 나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들은 최군은 김군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 전화를 끊었다. 김군은 “혀 잘려서 말 못한다. 빨리 와 달라. 너무 아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최군에게 보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김군은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다. 역시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방서의 대응이 발 빨랐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김군의 위치를 파악한 뒤 경찰에 알렸다.
김군이 신고한 뒤 절단된 혀를 찾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소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혀를 찾은 경찰이 김군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접합수술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절단된 혀가 이미 하얗게 괴사한 뒤라 접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엉덩이살을 떼어내 다시 접합수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8일 중상해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교생들이 늦게까지 놀고 있어 훈계를 했던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내가 한 짓이 맞다면 용서를 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