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실종 부산 여중생 인근 옥상 물탱크서 숨진채 발견

입력 2010-03-07 22:11

지난달 24일 실종된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이 사건 발생 10일 만인 6일 끝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공개수배한 김길태(33)씨 검거를 위해 총력 수사에 들어갔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7일 공식 브리핑에서 이양이 6일 밤 9시23분쯤 집에서 직선거리로 50m 떨어진 권모(67)씨 집 뒤편 옥상에 설치된 고장난 빈 보일러용 물탱크 안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양은 높이 125㎝, 지름 88㎝ 크기의 물탱크 속에 옷이 벗겨지고 손발이 묶인 채 포장용 비닐에 싸여 있었다. 이양 시신 위에는 횟가루와 건축용 타일이 덮여있어 물탱크 뚜껑을 열어도 잘 보이지 않도록 숨겨져 있었고 신발과 옷가지를 담은 검정 비닐봉지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실시한 이양의 시신 부검 결과 이양이 비구폐색 및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숨졌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성폭행 흔적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 시점에 대해선 장기의 손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이양이 발견된 물탱크와 비닐봉지 등에서 지문을 채취해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물탱크가 있는 바로 옆 빈집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이 발견돼 여기서 성폭행과 살인이 자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양이 발견된 집은 재개발로 비어있는 집 중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던 곳으로 경찰은 이양 집 부근을 9개 구역으로 나눠 정밀 재수색을 하던 중 이양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양의 시신이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살해 장소도 현장 부근인 것으로 나타나자 초동수사가 허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지난 3일 이양의 집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빈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의 수색 사실을 눈치 채고 도주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공개수배된 상태여서 멀리 달아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주변 지역에 대한 검문검색과 수색을 강화하는 한편 김씨의 연고지 수사도 병행키로 했다.

올해 중학교 입학 예정이던 이양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쯤 집에서 어머니(38)와 전화통화한 뒤 실종됐다. 이양의 휴대전화와 안경은 집안에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서 외부인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발견돼 납치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양의 안전을 우려해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하다 지난달 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한 데 이어 이양 집에서 채취한 지문 등을 토대로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2일 공개수배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이양 집 부근 한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성폭행한 뒤 감금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부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