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요주의 여신’ 36% 증가
입력 2010-03-07 19:07
지난해 우리나라 채권 부도율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은행권의 잠재적 부실을 가늠할 수 있는 요주의 여신도 전년 대비 36% 가까이 급증했다.
요주의 여신이란 이자를 1∼3개월가량 연체한 부실채권으로 경기가 악화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8개 국내 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모두 25조원으로 전년도의 18조4000억원보다 35.9% 늘었다. 전체 여신에서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같은 기간 0.5% 포인트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의 ‘2009년 부도율회수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채권의 연간 부도율은 3.25%로 1999년 6.5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 및 건설업종의 연체율 상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등이 채권 부도율과 요주의 여신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부실화 가능성이 큰 여신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요주의 여신이 2조1650억원으로 전년보다 27.9% 증가한 신한은행은 요주의 여신을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며 외환은행도 신용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요주의 여신 증가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NPL) 등이 1% 이하로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요주의 여신이 급증한 것은 은행들이 향후 경기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쌓은 측면이 강하다”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오지 않는 한 요주의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