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들어온 中위안화 절상… 한국 수출엔 호재, 인플레 자극은 우려
입력 2010-03-07 22:20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신호가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4월 중에라도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탄력을 선진국으로도 전이시켜 글로벌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인상시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 점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2분기 시작, 연 5% 절상 가능성”=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인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정상적 경제정책에서 정상적 경제정책으로의 전환 시기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환율정책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위안화는 2005년 7월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달러 대비 21%가량 상승했지만 2008년 7월부턴 달러당 6.82위안대로 사실상 고정된 상태다.
일단 전문가들은 저우 행장의 발언이 미국 등의 줄기찬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 한 단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간주한다.
부동산시장 불안 등 자산시장 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과열을 식혀야 하는 다급한 상황인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위안화 가치 상승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위안화 절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우선정책에 대한 선진국의 반대 등으로 성장전략을 내수확대로 선회하는 중이다. 위안화 절상은 이러한 방향과 일치한다.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가격이 떨어져 소비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대내외에서 중국 시장으로 들어온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미국-소비, 중국-수출’이라는 글로벌 무역불균형에 대한 선진국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연구위원은 7일 “위안화 절상을 통해 선진국은 제조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생산시스템이 재가동될 것”이라며 “고용과 소비 증가도 기대할 수 있어 결국 선진국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출 감소 등을 감안해 중국이 ‘단기간, 큰 폭’으로 위안화를 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이르면 2분기 중부터 연 5% 내외로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수출 UP…인플레 자극 요인=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면 내수확대 정책과 맞물려 최종 완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위안화가 10% 절상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9억 달러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플레 상승 가능성은 걱정거리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산 제품 수입가격이 증가하는 데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늘어난 투기수요로 국제 원자재 값이 올라 각국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약세 현상에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채산성도 떨어지게 된다. 우리투자증권 박 연구위원은 “이 같은 인플레 압박 요인이 강해질수록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조기 시행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배병우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