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탄 소나기’속 역사적 총선…박격포 수십발 터져 38명 사망

입력 2010-03-08 00:30

알카에다의 위협도, 수니파 무장세력의 폭탄테러도 민주주의를 향한 이라크 국민들의 열망을 막지 못했다. 7일 이라크에서는 수십발의 박격포가 터지고 폭탄 파편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총선이 치러졌다.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투표하는 자는 알라의 분노로 처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바그다드 팔루자 바쿠바 등 곳곳에서 70여발의 폭탄이 터졌다. 최소 38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투표소 주변엔 철조망이 설치됐고 경찰은 유권자들을 일일이 검문검색했다. 전국 4만7000곳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최대 쟁점은 평화와 민주주의였다. 미군이 내년 말 완전 철수한 뒤에도 치안을 유지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325석의 의석을 놓고 86개 정당 6172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 뒤에도 혼란 예상=누리 알 말리키(59) 총리가 바그다드의 그린존(미군이 경비하는 안전지대)에서 투표하는 순간에도 투표소 인근에서 박격포탄 터지는 굉음이 천둥처럼 울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알 말리키 총리는 “어떤 협박에도 투표는 진행 된다”며 “고난이 클수록 결과는 더 아름다운 법”이라고 말했다. 알 말리키가 이끄는 집권 법치국가연합의 지지율은 30%선이다. 알 말리키 총리 탈당으로 야당이 된 이라크국민연맹(INA)은 법치국가연합과 연정을 기대하고 있다.



20%가 넘는 지지를 받는 반미 강경세력 이라키야 연맹은 가장 강한 대항세력이다. 이라키야를 이끄는 아야드 알라위(64) 전 총리는 “폭탄도 탱크도 이라크인을 막을 수 없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라키야는 총선 뒤 반미세력을 규합해 정권을 교체한다는 구상이다.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선 선거가 끝나기도 전 승리를 자축하는 폭죽이 터졌다. 시아파 수니파와 쿠르드족 간의 갈등으로 선거 뒤에도 연정 구성과 총리 선출까지 혼란이 예상된다.



목숨 건 투표=보라색 잉크가 묻은 검지는 이날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투표를 했다는 표시다. 바그다드의 한 투표소를 찾은 야신 쿠드하예(32)는 “아침에 포탄 터지는 소리를 듣고 투표를 해야 하는지 망설였지만 이렇게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왔다”고 NYT에 말하며 잉크 묻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일부 유권자는 자신의 이름이 없다며 선관위에 항의하기도 했다. 북부 티크리트에선 알 말리키 총리에게 투표하라고 강요한 군장교가 해임됐다. 선관위는 1890만명의 유권자 중 80% 이상이 투표한 것으로 기대했다. 출구조사 결과는 10일, 공식 개표 결과는 18일 발표될 예정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