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정부 극우주의 테러 경보음 요란
입력 2010-03-07 19:07
미국 내에서 반정부 또는 극우 성향의 극단주의자 그룹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연방정부에 대한 테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들 테러가 조직적이거나 정교한 계획 아래 이뤄진 정황은 아직 없다. 하지만 흑인이자 진보적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취임 이후 이 같은 그룹이나 조직이 늘고 있어 정치·사회적인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극단주의자들의 잇단 테러=지난 4일 국방부 청사(펜타곤) 입구에서 총격을 가하다 숨진 존 패트릭 버델(36)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전체주의적’ 연방정부에 대한 분노의 글을 많이 올렸다. 연방정부가 금융정책이나 공교육 정책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개인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그는 특히 9·11 테러 배후에 워싱턴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미 정부와 군에 상당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또 제임스 사보 해병 대령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게 9·11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1년 발생한 사보 대령 사건은 당국이 공식적으로 자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마약 밀매와 관련된 중앙정보국(CIA)의 중미지역 비밀 군사작전을 폭로하려다 숨졌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왔다.
지난달 18일에는 연방정부 과세정책에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경비행기를 텍사스주 오스틴 국세청(IRS) 7층짜리 사옥에 충돌시켰다. 그는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지만 무차별 테러였다. 앞서 지난해 6월 극우 성향 백인우월주의자가 워싱턴DC 한복판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에서 흑인 경비원 2명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거나 다쳤다.
◇극우조직 폭발적 증가=지난달 미국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발표한 ‘우파의 분노’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극우 반정부 조직은 512개에 이른다. 2008년 149개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 조직은 애국과 개인 자유를 표방하며 정부를 적으로 간주한다. 특히 이 조직들과 관련된 준군사조직(militias)도 같은 기간 42개에서 127개로 늘었다. 극단주의자가 일으킨 대표적 사건은 95년 티머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를 폭파시켜 168명을 숨지게 한 테러다. 보고서는 극우조직 급증 이유를 미국 내 인종구성 변화, 공공부채 폭증, 경제 악화, 은행 등 기득권층에 대한 특혜성 구제 등에서 찾았다. 특히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 정책을 사회주의 또는 파시스트 정책으로 간주하며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은 반정부 극단주의 테러를 자신들과 연결시키는 시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수 성향 언론감시단체 ‘빅 저널리즘’은 “버델이 우파주의자라는 선전을 믿지 마라”는 성명을 냈다. 또 웹사이트 ‘타운홀’에서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언론들은 버델을 우파라고 규정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우파 극단주의가 총격사건을 불러일으켰는가’(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우파, 펜타곤 사건 연루 의혹에 저항’(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이라는 기사로 이번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