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상의 절반’ 여성에 지원 늘려야
입력 2010-03-07 19:41
오늘은 102번째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경제난으로 고통 받던 미국의 여성 노동자 수만 명이 뉴욕에서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해마다 이날이면 세계 각 국에서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여성의 연대와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4년부터 공개적인 기념 행사를 갖다가 1987년 6월항쟁을 계기로 여성 단체들이 주최하는 전국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 여성의 지위는 그동안 여성운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괄목할 정도로 높아졌다. 여성 정치인이 대거 국회와 내각에 진출했고, 각종 국가고시에서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파워풀한 여성 CEO도 많이 배출했으며 검찰과 군 등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의 영역까지 여풍이 드세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질렀다는 발표도 나왔다. 1986년 남학생보다 7% 포인트 이상 뒤지던 대학진학률이 2006년부터 1% 포인트대로 좁혀지더니 지난해 사상 처음 남학생보다 0.8% 포인트 앞선 82.4%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변화가 더딘 곳이 남성들의 의식이다.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2010년 1월까지 차별행위 진정사건 중 성희롱 676건(9.4%), 성별 관련 진정 327건(4.5%) 등 성적 차이에 따른 피해 진정 건수가 1003건(13.9%)에 달했다. 이는 전체 22가지 차별행위 가운데 장애 2002건(27.7%), 사회적 신분 1015건(14.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 5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도 7.6%에 그쳐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3급 이상 공무원 383명 중 여성은 9명에 머물러 공직에서의 남녀 평등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여성은 세상을 이끌어 가는 믿음직한 반쪽이다. 섬세한 감성이 필요한 디지털 시대에는 여성의 능력이 더욱 값지다. 상대적으로 정직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리더십은 미래사회의 자산이다. 국가와 사회는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