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핵무기 감축하라… 성공회·감리교·침례교 등 영국 9개 교단 온라인 서명 캠페인 돌입

입력 2010-03-07 19:25

성공회, 감리교, 침례교 등 영국 내 9개 교단이 전 세계 핵무기 감축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캠페인 ‘지금 바로’를 시작했다. 홈페이지(endnuclearweapons.org.uk)를 통해 지지자를 모으고, 이들로 하여금 각국 정부의 비핵화 정책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오는 4월과 5월에 열리는 비핵지대화 국가(NWFZ) 모임과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전 세계의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모임에는 교회 지도자들도 참석해 핵무기 폐기와 핵실험 금지 등의 가시적 성과를 국제사회에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000년 NPT 평가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약속했던 ‘핵무기 완전 폐기의 실행’을 지킬 것을 거듭 요청할 예정이다.

캠페인 이름이 ‘지금 바로’인 것은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핵무기의 ‘획기적인 감축’ 언급과 2008년 10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동 지역 비핵지대화 분위기에 따라 ‘핵무기가 개발된 지 70년 만에 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시화됐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전 세계 핵무기(약 2만8000∼3만2000기)의 90%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이 같은 선언은 세계적인 핵무기 폐기나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세계 교회들의 기대다.

영국 교회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은 현재 세계교회협의회(WCC)와 북미 지역 교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WCC 등 전 세계 에큐메니컬 진영은 ‘핵무기를 인간을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철폐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1회 총회에서 “원자탄 개발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규정한 데 이어 54년 열린 2회 총회에서는 핵무기 폐기와 사용 금지, 그리고 국제적 조사와 통제를 전담할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것은 16년 뒤 NPT 체결로 구체화됐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미국의 중성자탄 개발, 중거리 미사일 서유럽 배치 등 위협이 가중되던 80년 WCC 중앙위원회에서는 ‘핵무기 감축을 협의할 즉각적인 회담’을 미-소 측에 제의했고, 이듬해 81년엔 교회와 정치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핵 관련 국제청문회가 실시됐다. 청문회 결론은 ‘핵무기 사용은 윤리적·신학적으로 묵과할 수 없는 죄’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95년 무렵 전 세계적으로 5만기에 이르던 핵무기가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피터 바이더루드 WCC 국제문제위원장은 “핵무기는 에큐메니컬 진영뿐만 아니라 복음주의 등 모든 개신교와 가톨릭 진영까지 한목소리를 내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