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름 빼고’ 다 바꾼다… 정관·선거법 개정 예언자적 역할 강화위한 로드맵 제작 돌입

입력 2010-03-07 22:25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임원의 책무 강화, 이벤트성 행사의 대폭 축소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 시대의 방향타 역할을 수행키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변화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킨 한기총은 정관 개정과 선거법 개정, 세칙 및 기구 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내부 재정 시스템 정비와 함께 나라와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 어젠다(의제)를 제시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우선 매년 개최해 오던 6·25기도회를 올해는 개최하지 않는 대신 6·25 60주년을 맞아 남북의 화해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남북교회협력위원회(위원장 양병희 목사)를 중심으로 ‘화해의 쌀 보내기 운동’을 전개한다. 이 운동은 이달부터 6월까지 1교회, 60kg 쌀 1가마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총 1200t을 목표로 한다.

이는 남북대치와 반목 중에 식량위기까지 겹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트자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에 휘둘려 온 이미지를 탈색시키는 동시에 동서화합 선도와 함께 인권증진, 납북자 송환 등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되 남북 공동체 구현을 위해 화해자로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총은 또 ‘8·15 한국교회대성회’ 및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를 위한 기도회’ 개최 등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과거 10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향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담은 담론 만들기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양 집회를 위해 전문팀을 꾸려 특화된 내용을 기획하고 특정 인물 위주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집회로 승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번 8·15대성회는 한기총 공동회장인 김삼환(명성교회) 목사가 대회장을 맡고 ‘민족 나라 교회’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 대표회장이 지난달 22일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8·15집회 공동참여를 제안하고 권 총무가 절차에 따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달 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이어 양 기구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 교회일치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될 개연성이 적잖다.

이광선 대표회장은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광복군 창설 70주년, 6·25 60주년, 4·19 50주년 등 역사적 의미를 갖는 해”라면서 “8·15대성회는 나라 사랑과 애국애족의 의미를 담아 한국교회 역사가 곧 우리 역사임을 되새기는 한편 현재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교회의 위치를 재점검해 대사회, 대정부, 대교회를 향한 책임 있는 섬김이로 환골탈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이밖에 대형교회에 의존적인 재정구조를 바꾸기 위해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기총 정관 9장에 명시됐었지만 유명무실했던 임원들의 회비 납부가 본보의 보도(1월 15일자)에 따라 보다 구체화된 것. 임원들은 지난 5일 대표회장 1000만원, 공동회장 300만원, 부회장(서기·회계 포함) 200만원, 위원장(부서기·부회계 포함) 100만원 등 직책에 따라 회비를 책정했다. 향후 임원 및 위원장 모두가 회비를 낼 경우 1억9200만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올해 한기총 본부 예산의 13%에 해당돼 결코 작지 않은 액수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회계 전문가에게 컨설팅도 의뢰한다. 이는 회원 교단 및 단체들의 회비를 비롯해 대표회장의 기부 또는 개인 및 교회 등의 모금을 통해 재정을 꾸려왔던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신호탄인 셈이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