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박은선 개인전… 성 그리고 덧없는 욕망
입력 2010-03-07 17:49
“하나의 선, 그것은 인간 자각의 시작이다. 선이 그어져 지평선이 만들어지고 땅이 생겨난다. 그 땅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땅이다. 그 위에 또 하나의 선으로 집을, 창문과 문들을 만든다.”
설치작가 박은선(48)은 라인테이프로 땅 위가 아니라 벽면 또는 평면 위에 ‘성’(castle)을 구축한다. 텅 빈 평면 위에 라인테이프를 붙여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다시 라인테이프를 떼어내 처음의 텅 빈 평면으로 되돌아가는 작업이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룩스에서 16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벽면과 평면, 그리고 영상에 갖가지 ‘성’을 세웠다. 라인테이프를 전시장 흰 벽에 붙인 작품은 전시가 끝난 뒤 떼어내기 때문에 전시 기간에만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사 덧없음과 허망함을 이야기한다. 1980년대 말 이탈리아 로마 국립아카데미를 다닌 그는 과거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폐허로 변해 흔적만 남은 거대한 성채들을 보면서 바벨탑의 헛된 욕망을 떠올렸다.
라인테이프 작업 외에 ‘두 그루의 붉은 나무가 있는 성’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등 평면 회화와 ‘성’을 소재로 한 실크스크린 작업도 선보인다. 자신만의 성을 쌓으려는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는 동시에 작가 작업의 건축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02-720-8488).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