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쇠파이프 휘두를 권리는 원래 없다
입력 2010-03-05 18:5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선의 변화를 선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 초청 만찬에서 “앞으로는 쇠파이프로 왜곡된 이미지를 버리고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민주노총이 이처럼 노선 수정을 천명하고 나선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KT 쌍용자동차 등 주력 노조가 탈퇴한데 이어 올해도 여러 단위노조가 탈퇴를 결정하는 등 급속한 조직 약화 과정을 겪고 있다. 여기다 노조법 개정에 따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났고, 제 3의 노동조합연대체도 태동했다.
민주노총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는 유연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추구해온 강경 투쟁노선은 조합원들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염증을 불러일으켰다. 노사관계의 선진화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됐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민주노총이 체질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면 투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노사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5일 ‘쇠파이프’관련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모임을 주선한 한국노사관계학회도 “참석자 상당수가 그런 발언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헷갈린다.
민주노총의 변화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민주노총 내부엔 여러 분파가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이념적 정치적 투쟁 위주의 비타협적 노선을 선호한다. 온건파 지도부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제어하고 설득해갈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집행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쨌거나 붉은 머리띠를 매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투쟁은 설 자리가 없다. 세계 노동운동의 주된 흐름은 합리주의와 실용주의에 기반한 협상과 타협, 그리고 노사공생이다. 국가간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 노사만 계속 갈등과 반목으로 일관할 순 없다. 민주노총과 4일 출범한 ‘새희망 노동연대’의 활동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