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객 안 보내면 가만 안 두겠다니
입력 2010-03-05 18:59
북한 정권이 또다시 생떼를 부리고 나섰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그제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당국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가로막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폈다. 이어 관광길을 계속 막는다면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금강산 관광이 2008년 7월 북한군의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됐고, 개성 관광은 같은 해 12월 북한에 의해 중단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광 중단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인 것이다. 이를 재개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어야 한다. 남측의 요구가 없더라도 북한이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남측 관광객의 신변안전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북한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남북 당국 간 접촉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공갈하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정권이다.
관광은 즐기기 위한 것이다. 즐기려면 편안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북한에 가면 목숨마저 위태롭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감내하면서까지 관광 가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북한은 남측 주민들에게 ‘이제는 안심하고 금강산이나 개성에 가도 되겠구나’라는 믿음부터 줘야 한다. 북한이 내달 개성에 이어 다음달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열어놓는다 해도 “관광객을 안 보내면 혼내주겠다”는 식의 공갈 협박을 계속하는 한 북한을 방문할 남측 관광객은 없다.
화폐개혁 이후 더 심각해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 정권은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남측 관광객을 다시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경제사정을 조금이나마 호전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특단의 조치’를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 남북 간 또는 북한과 현대아산 간 합의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깰 경우 외자를 유치하려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서 엄청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