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법 두 부처 공동 주관 논란

입력 2010-03-05 18:30

온실가스 대책의 기본 방향을 담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녹색성장법)의 주관 부처가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두 곳으로 정해져 ‘타협의 소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입법예고 중인 녹색성장법 시행령은 지경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주관토록 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사업장은 전체 온실가스량, 감축계획 등을 두 부처에 공동으로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에너지 목표관리제와 새로 도입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도 동시에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추진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홍식 서울대 교수(법학)는 지난 3일 녹색성장위원회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타협의 소산으로 굉장히 문제가 많다”며 “엑셀러레이터(지경부)와 브레이크(환경부)가 한 군데에 합쳐지면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경부와 환경부 사이에 합의가 안 되면 누가 결정하겠느냐”면서 “규제를 한다면 환경부가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창섭 경원대 교수도 “공동책임은 말이 안 된다”면서 “국무총리 소속 기후변화에너지센터가 두 부처 간의 업무협조지원을 맡는다고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가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업계도 “이중규제”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스피드(속도), 스코프(범위), 시스템(체계)의 이른바 ‘3S’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규제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고 기업에 요구하는 정보가 너무 많다”며 “추진 체계의 불확실성 등도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상무는 “기후변화에너지센터가 조정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관련 기관이 모두 정보 등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대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환경부가 주관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한국환경정책학회, 한국환경경제학회 등 환경 관련 학회는 5일 공동 의견서를 내고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환경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택환 환경정책학회 부회장(서경대 경제학과 교수)은 “정부 정책의 목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라면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이 맞다”면서 “생산요소인 에너지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에너지목표관리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항 환경전문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