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亞 공략은 ‘금융위기 역발상’

입력 2010-03-05 18:37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다. 홍콩·싱가포르를 베이스캠프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위기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 섞인 눈길도 많다. 왜 증권사들은 해외 진출, 그것도 아시아 지역 공략을 서두르는 것일까.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급감했다가 2007년 이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점포 수는 97년 말 471개에서 2000년 말 209개로 줄었지만 2007년 말 253개, 지난해 말 314개로 늘었다. 증가세의 중심에는 금융투자업(증권, 자산운용 등)이 있다.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점포 수는 2006년 43개에서 지난해 96개로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8월 삼성증권은 1억 달러를 들여 홍콩 금융 중심가에 투자은행(IB) 센터를 세웠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있던 때다. 뉴욕과 런던에 이어 세계 3위 금융허브인 홍콩에 ‘특공대’를 투입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월 인도 금융회사인 아디트야 비를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비엔비엣증권(CBV)을 인수해 우리CBV를 설립했고, 자산운용사인 탐룽메리츠투자신탁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07년 라오스 정부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신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라오스 증시에 진출했다.

증권사들이 해외 영업에 가속도를 붙이는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가 있다. 홍콩 IB센터 설립 직후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금융회사가 수습에 바쁜데 이들이 아시아에 다시 돌아오기 전 우리가 나가서 터전을 닦고 체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접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고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위주였던 진출 국가는 2007년 이후 중국,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대체되고 있다. 2007년 이후 신설된 점포 127개는 중국(33개) 베트남(22개) 홍콩(9개) 싱가포르(8개) 등에 몰려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