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끓는 현대아산 ‘남북 타협’만 기대
입력 2010-03-05 21:58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 20개월만에 2600억 손실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사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 사망사고 이후 현대아산의 주력 사업인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은 20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 지역 등에 남아 있는 시설관리 비용으로만 매월 13억원이 소요되는 등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이후 약 2600억원을 까먹었다. 앉아서 손실을 보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는 커진다.
문제는 관광 재개는커녕 사업 자체가 완전 파기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대아산으로선 어떤 실효적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남북 당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를 했지만 남북 당국 간 합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북측은 관광사업과 관련된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대아산으로선 남북 당국 간 대화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한 측의 ‘최후통첩’은 외형상 위협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에 대한 강한 의사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관계자는 “북한이 관광사업 계약 파기를 거론했지만 ‘관광사업의 조속한 재개를 강력히 희망한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도 “북한이 조속한 관광 재개를 희망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북사업에 명운을 걸어온 현대아산으로서는 북한 측의 ‘최후통첩’에 당혹해하고 있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중단 이후 지난달까지 관광매출 손실액은 2579억원에 달한다. 2007년만 해도 관광매출액은 약 35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직원 급여를 5% 유보, 5% 삭감했고 부서장 이상은 10% 유보, 5% 반납을 통해 고통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현지 20여개 협력업체 매출손실액도 900억원을 넘는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아산은 2008년 12월 통일부에 조속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 13일에는 금강산 관광상품에 대한 예약판매에 들어갔고 지난해 5월 2일부터는 비무장지대 인근 민통선 지역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금강산과 개성사업소 버스 및 중장비 등 자산 일부를 매각했고 최근에는 일반 건설사업 수주에도 주력하고 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금강산·개성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한 자구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08년 현대아산 전체 영업적자는 214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3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