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등록금 시위’ 전국서 몸살… 최소 33개주 122개교 연대 시위·수업 거부

입력 2010-03-05 18:07

미국에서도 등록금 인상 문제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일부 대학에서 시작된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는 이달 들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삭감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은 4일(현지시간)을 ‘공교육 수호를 위한 행동의 날’로 정하고, 최소한 33개주의 122개 대학 캠퍼스 및 주 의사당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리시위로 교통이 한때 통제됐으며,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동시다발적인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계기로 학생들이 좀 더 연대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앞으로 시위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곳곳에서 시위 몸살=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UC) 데이비스 캠퍼스에서는 학생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했다. 일부 학생이 캠퍼스 바로 옆 80번 고속도로의 진출입로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시청 앞에서는 퇴근시간대에 거리시위가 벌어져 교통이 한때 마비됐다. 해산 과정에서 최소한 100여명의 학생이 경찰에 체포됐다.

노스캘리포니아 주립대(UNC)에서는 학생들이 47분 동안 교내 시위를 가졌다. 17분(1000초)은 지난 1년 동안 폐쇄된 강좌 수 1000개를 상징하는 것이고, 15분은 더 이상 강의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15분은 예산 삭감으로 감원된 145명의 교직원을 위한 것으로 진행됐다.

조지아주 달톤 주립대 학생들은 3일 애틀랜타 시내 주 의사당 앞에서 재정지원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4일에도 주요 캠퍼스별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교육의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이번 주말까지 검정색 옷을 입고 등교하도록 동료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가 학생들의 교직원 감원 반대 주장에 동조,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어느 만큼 인상 됐기에=등록금 인상 반대시위는 주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에 UC가 학부생 등록금을 32%나 올리면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08∼2010학년도에 UC에 대한 지원금 10억 달러를 축소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 일부 과목 폐쇄, 학생 지원금 삭감, 교수 무급휴가, 도서관 운영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학교 등록금은 2002년에 비해 182% 인상된 상태이다.

조지아주도 35개 주립대 지원예산을 6억 달러 삭감키로 했으며, 대학들도 등록금 35% 인상과 교직원 2500명 감원 등의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사정은 사립학교도 마찬가지다. 맨해튼의 뉴욕 대학과 헌터 칼리지, 뉴 스쿨 등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뉴욕 대학의 경우 매년 6%의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전국적인 등록금 시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 감축이 가장 손대기 쉬운 교육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