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칼럼-리처드 포스터] 삶 속 최선의 관조
입력 2010-03-05 18:01
필자는 최근 폐암을 선고받고 5개월 살다 간 어떤 남성의 장례식을 집례했다. 5개월 동안 병세는 점점 악화되었으나 그의 영혼은 놀랍게 성장했다. 그가 5개월간 인생을 반추할 때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으나 인생 말년에 그리스도를 생생히 경험하고, 죽기 전 가장 친한 친구에게 “천국에서 만나자”고 했다. 필자의 한 친척은 최근 69세에, 아내가 죽은 지 3주 지나 세례를 받았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성인 필립 나리에게 한 철학도가 인생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상담하러 왔다. 필립 나리는 이따금씩 질문을 던지는 것 외에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철학도는 자기포부를 밝히며 철학박사 학위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작정인가요?” 나리가 물었다. 민법과 관습법을 공부해 또 박사학위를 딴 후, 아버지의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훌륭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 다음에는?” “글쎄요, 법관으로 명성을 얻겠죠. 명예로운 직함을 많이 얻고 아마도 감사원으로 선출되겠죠.” “그 다음에는?” “글쎄요, 늙어가면서 가문이 점점 명망을 얻겠죠. 그리고 누구나처럼 죽겠죠.” “그 다음에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이 두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귀를 기울인다면 자신의 모든 행위와 자기 인생이 취하는 방향에 대해 이와 동일한 소리가 마음속에 들려옴을 깨닫게 된다. 때로 이 대화는 수주, 수개월, 수년 동안 무의식 속에 잠재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질병, 큰 아픔, 사별, 예배나 기도를 통해 그 소리를 듣는다.
내부의 소리가 들려오고 영혼의 놀라운 성소, 하나님의 처소가 확실하게 존재함을 깨달을 때 모든 게 변한다. 중요했던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은 최고로 중요해진다. 이 이상하고 신비하고 놀라운 힘은 갖가지 물음을 자아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그 다음에는?” 이 힘은 관조(contemplation)의 힘이다.
관조란 무언가를 계속, 조용히, 주의 깊게, 탐구적으로 응시한다는 뜻이다. 관조는 여가 중에, 버스 안에서, 부엌에서, 교통체증 가운데서, 바쁜 사무실에서, 식사시에도 할 수 있다. 어느 여성은 자기 농장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끊임없이 관조를 즐긴다. 어떤 사람들은 극도로 바쁜 중에도 관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관조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그것은 우리 인성 속에 깃든 필수요소다. 철학자 파스칼은 “절망, 우울, 치욕 가운데서 당신은 인생의 밑이 없는 나락을 들여다보며 신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인간 내부의 밑이 없는 무한한 나락은 오직 무한하고 불변적인 하나님 자신만이 채우실 수 있다”고 말했다.
참된 관조는 사물과 인생, 세계의 의미에 대한 내적 열림이다. 관조란 인생의 모든 활동을 분석하고 짜고 재고하고 평가해 그 통일성을 파악하고 표면 밑에서 모든 게 한데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가장 깊은 수준의 관조, 하나님이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기도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관조하는 것이다.
리처드 포스터 (국제레노바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