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목회’로 부흥 이끈 김경원 서현교회 목사 “목회 본질에 집중하니 교회위기 때도 거뜬”
입력 2010-03-05 17:24
서울 서교동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서현교회는 45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웅장한 본당 건물과 교육관이 나란히 등을 맞대 안정된 느낌을 준다. 소탈한 외모의 김경원(62) 담임목사도 올해로 30년째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신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하나님께 개척은 못한다고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목회 소명을 가지고 신학교에 입학한 패기의 신학생이 개척할 자신이 없다?’ 기자는 의아했으나 그는 솔직했다.
목회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에게도 결정적인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담임목사를 맡은 지 3년째 되던 1983년 1월이었다. 화재로 교회 건물을 몽땅 날려버린 것이다. 경찰도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김 목사가 화재보다 더 우려한 것은 교인들의 분란. 교회 내 온갖 루머가 퍼지다보면 교회는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보기 좋게 기우로 끝났다.
“장로, 권사님들이 주일예배 때 대표기도를 하는데 ‘장로로서 권사로서 하나님을 잘 섬기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라는 회개기도를 쏟아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너도나도 교회 건축을 하겠다고 앞장서기 시작했습니다. 화재 발생 2년도 채 안돼 지금의 본당 건물을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거죠.”
위기는 한 번 더 찾아왔다. 90년대 중반, 재정사고가 난 것이다. 김 목사는 직감적으로 ‘화재사고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엔 당회원들이 나섰다. ‘잃어버린 재정을 우리가 메우자’며 각자 헌금을 했다. 손실된 재정은 모두 이렇게 채워졌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든 제직과 교인들 앞에 낱낱이 밝혔다.
교회는 두 번씩이나 쪼개질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똘똘 뭉쳐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김 목사는 전임 목회자와 헌신된 성도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지만 ‘본질목회’를 강조해 온 김 목사의 노력이 무엇보다 컸다. 김 목사의 목회철학은 지극히 평범하다. 지역사회 봉사, 복음 전파, 다음 세대 키우기, 사랑의 공동체로 이어지는 봉사, 전도, 교육, 교제를 목회의 본질로 강조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30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목회자가 이 본질을 놓지 않을 때 교회 성장은 물론 사회적 신뢰도 따라온다는 게 김 목사의 지론이다. 김 목사는 부임 이듬해인 81년부터 지금까지 교회가 단독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은 물론 뜻있는 목회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선교사를 파송해 오고 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지역주민들을 위한 카페, 문화교실을 열었다. 10년 전 서울로 유학 온 농어촌 목회자 자녀들을 위해 세운 서현학사에는 지금 30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관은 지역주민과 선교단체, 타 교회 행사장소로 활짝 열어놨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G12나 알파코스를 서현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김 목사가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김 목사는 쉐마 강좌에 참석한 뒤 지난해 5월부터 전 세대 교인들이 참여하는 통합예배를 1년에 두 차례 드리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에 넘쳐나는 각종 목회 프로그램이 도그마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로그램이 좋다고 무조건 도입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개교회의 소일테스트(토양 시험)를 거쳐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교회의 본질을 강조했다.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목회자는 명심해야 합니다. 교회라는 담 안에서 우리끼리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 세상을 섬기는 교회여야만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불신사회 속에 교회를 두신 목적입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