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떠난 고비사막 그곳에서 ‘나’와 만나다… 정도상 소설 ‘낙타’
입력 2010-03-05 17:54
시대의 아픔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왔던 소설가 정도상의 신작 소설 ‘낙타’가 출간됐다. 지난해 6월부터 약 3개월간 인터넷 문학동네 독자커뮤니티에서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함께 한 고비사막 여행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직시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실제로도 아들을 잃은 아픔을 지닌 정 작가는 서문에 “이 소설을 지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에게,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썼다.
“제목을 ‘낙타’로 정한 것은 짐승 중에서 낙타만이 유일하게 영혼의 속도로 걷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몽골초원과 고비사막을 건너는 여행이지만, 결국은 자기 내면과 만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연재를 시작하며’ 중)
나의 “옆구리에 절벽 하나”를 만든 아들 규. 소설가인 나는 “한 발만 더 나가면 늪인 줄 알면서, 살짝만 밟아도 덫인 줄 알면서, 그 끝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몽골 고비사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를 찾아온 아들 규와 여행을 시작한다.
3000년 전 흉노의 암각화를 보러 떠나는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사귄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는 곳이지만, 두 사람은 심심치 않다. 양, 염소를 벗 삼고 나무와 바람을 스승으로 삼으며 둘은 사막을 여행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의 생, 사랑, 청춘, 그리고 아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깨닫게 된다.
“초원과 사막에 서면, 문명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길의 뼈가 보입니다. 일체의 시멘트벽과 장식이 없고, 오로지 뼈로만 이루어진 집을 꿈꾸게 된 것은 아들을 잃고 난 이후였습니다. 아들의 죽음과 작은 깨달음을 맞바꾼 셈이지요. 상상을 초월하는 구체적인 고통과 상처를 끌어안고 나는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작가의 말’ 중)
아버지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 한 줄 한 줄이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