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착한 마음-이태형 선임기자
입력 2010-03-05 11:01
착한 마음
‘아무리 큰 공간일지라도, 설사 그것이 하늘과 땅 사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모든 것을 메울 수 있다’(괴테)
착한 마음이 세상을 변화 시킨다. 사랑은 모든 것을 메울 수 있다. 때론 너무나 관념적으로 들리는 이 말을 실감할 때가 있다. 착한 마음에 전염될 때, 사랑에 감전 될 때, 세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살 만한 공간이 된다.
“너는 지도에서 아이티를 찾을 수 있니?” 이 말이 14년차 방송작가인 정화영씨의 마음을 쳤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한국인이 쓴 아이티 관련 서적은 한 권도 없었다. 아이티(IT)에 대한 서적은 즐비했다. 거룩한 부담감이 들었다. 착한 마음을 발동시켰다. ‘그 곳에 가리라. 아이티를 알리리라’ 지난해 7월부터 한 달 동안 머무르며 취재하고 글을 썼다. 원고가 나왔지만 절망감이 들었다. 넘치는 책 가운데 생뚱맞게 나온 아이티에 대한 책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좌절했다. 그러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났다. 전율했다. 아이티를 알리고자 했던 그 간절한 마음은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강같은 평화)라는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착한 마음은 착한 결과를 낳는다!
도서출판 ‘아름다운사람들’의 이상순 대표. 그녀가 어느 날 원고 하나를 접했다. 33세에 세상을 떠난 크리스천 청년의사의 이야기였다. 출간해 줄 출판사가 없어서 돌고 돌다 그녀에게까지 온 원고였다. 원고를 보았다. ‘내 주지 않으면 발 뻗고 못 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착한 마음으로 이 땅을 살다 떠난 33세 청년 의사의 삶이 ‘대박’을 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손해 보더라도 그 원고를 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착한 마음이 발동한 것이다. 천덕꾸러기 같았던 그 원고는 ‘그 청년 바보의사’라는 제목의 책이 됐다. 지금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착한 마음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기뻐요.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대표가 내게 해 준 말이다.
이들 뿐인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문을 통해 절박한 사정을 호소한 한 목회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작은 정성을 보태겠다는 이야기였다. 좋은 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궁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착한 마음은 착한 결과를 낳는다. 지금 우리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는가.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