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가수 나나 무스쿠리, 부유한 교포들에 동참 호소 “그리스인들이여, 재정위기 조국을 구합시다”

입력 2010-03-04 23:11

“전 세계 그리스인들이여, 조국을 위해 일어서자.”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여가수 나나 무스쿠리(75)가 막대한 부채로 재정위기에 빠진 조국 그리스를 구하기에 앞장섰다. 자신이 받고 있는 연금을 쾌척하기로 한 것이다.

긴 생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으로 유명한 무스쿠리는 “전직 유럽의회 의원 자격으로 받고 있는 연금 전액을 조국 그리스를 위해 바치기로 했다”며 “전 세계 그리스인들이 조국을 돕는 데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무스쿠리는 1994∼1999년 그리스 보수당인 신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고, 매년 2만5000유로(약 410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무스쿠리는 게오르게 파판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가 암적인 존재로 취급당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연금 헌납은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스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리스 크레테 섬에서 태어난 무스쿠리는 ‘오버 앤드 오버’ ‘사랑의 기쁨’ 등을 히트시키며 6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3억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국 언어로 모두 1500곡을 녹음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무스쿠리는 2008년 아네테 아크로폴리스 기슭에서 고별 콘서트를 갖고 50년 음악 인생을 마무리했다.

특히 무스쿠리는 67년 발생한 그리스 군사 쿠데타 이후 20년간 고국 방문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내 조국의 노래’ 등을 통해 그리스의 아름다운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무스쿠리의 연금 헌납을 계기로 전 세계 부유한 그리스인들의 조국을 돕기 위한 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통신이 전망했다.

무스쿠리가 이처럼 연금을 헌납키로 한 것은 정부의 연금 동결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국내 여론과 무관치 않다. 실제 수백명의 그리스 연금수령자들은 아테네 중심가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총리 관저 앞까지 진출해 정부의 연금 동결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노동계가 정부의 추가 긴축안에 반발하며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 확충을 위해 올해 연금 동결과 부가가치세, 유류세, 사치세 인상 등을 포함한 48억 유로(7조5000억원 상당)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3일 발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