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선 전환 시사 배경·전망… 투쟁만으론 개정 노조법 대처에 한계
입력 2010-03-04 19:00
김영훈 위원장 체제의 민주노총에 합리주의와 현장주의 바람이 불 것인가. 또한 고질적인 리더십 약체화 현상은 극복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은 우선 지난해 말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과 관련해 투쟁과 교섭을 병행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온건노선 배경=민주노총의 온건화 전망은 김 위원장 당선과 더불어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집행부만의 강경노선으로는 개정된 노조법과 정부의 노조 공세에 대처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이 지난해 법 개정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이 미숙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선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과 국민이 좋아할 수 있는 노동단체를 만드는 데 조직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낮고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조직의 연대와 단합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정파는 필요하지만 분파는 사라져야 한다”면서 “나아가 정파보다는 대중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건한 국민파 출신인 김 위원장은 “(그런 전제 아래) 제대로 된 국민파가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4일 당초 방침을 바꿔 정부가 주도하는 근로시간면제위원회(근면위)에 참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투쟁과 교섭 병행=시급한 현안은 오는 4월 말까지 노조법상 전임자 임금 지급의 새 원칙인 타임오프(일부 노조업무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의 구체적 시행방식을 정하는 노사정 간 다툼이다. 김 위원장은 “개악된 노조법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부가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범위뿐 아니라 전임자 인원까지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개악된 법의 취지마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근면위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일단 근면위 참여를 통해 독소조항의 무력화를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3월 27일 간부 1만명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하고 예년보다 앞당겨 4월 이전까지 산하 모든 조직이 임·단협을 시작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또 4월 20일까지 쟁의 절차를 완비하고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4월 말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서가 거듭 반려된 것에 대해 “정부가 서울·경기 교육감 선거 패배를 우려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