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회사 게임머니 해킹… 16억 꿀꺽

입력 2010-03-04 18:50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4일 게임개발업체 T사에서 만든 유명 온라인 게임 서버를 해킹해 빼돌린 게임머니를 팔아 16억여원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이 회사 직원 이모(26)씨를 구속하고 김모(3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액면가 32억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저가에 사들여 판매한 혐의로 인터넷 게임아이템 중개상 문모(3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T사의 서버 유지·보수를 담당하면서 이 회사의 게임 데이터를 조작해 차명 게임 아이디 140여개에 게임머니를 보낸 뒤 문씨에게 판매한 혐의다. 이씨는 사내 컴퓨터로만 서버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회사 컴퓨터를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17만여 차례 게임머니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게임 아이디 한 개에 50만원까지 게임머니를 보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으로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아이디 등을 사용했다. 이씨가 빼돌린 게임머니를 문씨에게 판매해 현금화하는 일은 주로 김씨가 맡았다.

이들은 T사에 입사하기 전 다른 게임개발사에서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회사가 매달 꼼꼼하게 게임머니 매출을 정산하지 않아 게임머니를 빼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싸 수상한 게임머니였는데도 2년간 이들의 게임머니를 사고팔아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액면가 1만원당 8000원에 거래되는 게임머니를 5500원에 사들여 6000원에 판매했다.

T사는 지난해 말 게임머니 판매 내역과 매출액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최근 게임머니 및 아이템과 관련한 범죄가 빈번한 만큼 인터넷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수시로 감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와 김씨는 게임머니를 팔아 고급 외제차를 샀고 수시로 해외여행을 갔다”며 “이씨는 2억여원을 들여 서울 강남 지역 전세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