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독방서 첫 토익 대필시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힘!
입력 2010-03-04 18:49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윤태훈(22)씨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토익(TOEIC)시험을 쳤다. 토익 주관사 YBM이 윤씨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단독 고사장과 보조감독관 등 편의를 제공한 덕택이다. 장애인인권단체들은 “시행 3년째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크게 반겼다.
2007년 서강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윤씨는 최근 몇 달 동안 토익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반인과 같은 조건에서는 제대로 시험을 치르기가 불가능했다.
두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답에 작은 동그라미를 채워야 하는 OMR 답안지 작성은커녕 시험지에 답을 표시하기조차 어려웠다. 듣기 평가는 더 문제였다. 한 문제를 듣고 어렵게 답을 표시하다 보면 다음 문제를 놓치기 일쑤였다. 윤씨는 시험을 이틀 앞두고 YBM에 전화를 걸어 “단독 고사장에서 답안지를 대신 써줄 보조감독관과 함께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토익시험은 답안 작성 능력이 아닌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비장애인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윤씨의 논리였다.
YBM은 장애인인권단체와 상의한 끝에 윤씨를 위해 단독 고사장과 보조감독관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독해 평가 시간은 두 배로 늘렸고, 윤씨를 위한 별도의 답안지도 제공했다.
윤씨의 다음 도전은 공인회계사 시험이다. 그러나 토익시험처럼 주관사의 적절한 조치가 뒤따를지는 미지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위원회 조은영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각종 시험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부여됐다”며 “하지만 장애유형에 따라 어떤 식으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