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굶겨죽인 게임중독 부부… ‘사이버딸’엔 육아일기도 써
입력 2010-03-04 18:48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인 부부가 매일 밤 PC방에서 즐긴 게임이 온라인상에서 소녀를 양육하는 내용을 담은 롤플레잉게임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서부경찰서는 4일 신생아 딸을 굶어 죽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구속된 김모(41·무직)씨 부부가 즐긴 게임은 ‘프리우스 온라인’이라고 밝혔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기억을 잃어버린 ‘아니마’라는 소녀 캐릭터와 함께 전투를 벌이는 내용의 다중온라인 롤플레잉게임으로 2008년 10월부터 공개 서비스됐다.
이용자들은 레벨 10 이상이 되면 ‘아니마’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며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또 아이템 숍 등을 통해 아니마 캐릭터에게 옷과 장신구를 사주거나 블로그에 육아일기까지 쓰면서 딸처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부부 또한 게임 레벨이 높아 아니마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얻어 이 소녀 캐릭터를 양육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내 자식은 굶고 있는데 인터넷 게임에서 가상의 소녀 캐릭터를 키우는데 빠져 있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김씨 부부가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자 이에 대한 회피 수단으로 게임에 더욱 심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