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 노동조합에 그 사장 MBC

입력 2010-03-04 23:29

노조에 출근을 저지당해 온 김재철 신임 MBC 사장이 4일 노조와 정상 출근 조건을 협의했다.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이 임명한 본부장 중 노조가 반대하는 두 명의 이사를 다른 보직으로 인사이동한다는 내용이다. 김 사장은 이 내용을 방문진에 제시했으나 방문진 이사회가 반발해 보류됐다. MBC 노조는 조건이 이행될 때까지 출근을 계속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쁃일 아침 출근을 저지당하자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합법적으로 선임된 사장의 출근을 노조가 막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천막을 친 김 사장의 행동도 상식을 뛰어넘은 행위다. 노조와 합의한 인사안 역시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다. MBC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가 선임한 여러 이사 중 한 명이다. 김 사장이 다른 이사를 희생으로 삼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 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방문진이 합의안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MBC가 겪고 있는 파행은 직접적으로는 노조가 방문진을 정권의 전령사(傳令使)로 간주하고 방문진이 선임한 김 사장과 특정 이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문순 엄기영 두 전임 사장을 선임한 것도 방문진이다. 그때도 정권의 뜻이 반영됐을 텐데 노조는 왜 반발하지 않았을까. 노조 입맛에 맞으면 공정한 인사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공정한 인사인가. MBC에서 30년을 근무했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람을 낙하산이라고 거부한다면 낙하산이 아닐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합의안은 노조의 목적이 김 사장보다도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을 맡고 있는 두 이사의 인사를 철회시키는 데 있음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노조가 요구한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출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공정방송하겠다. 당당히 권력과 맞서겠다”고 약속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저를 한강에 매달아 버리세요”라고 말했다. 공정보도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굴종적인 자세로 어떻게 드센 노조를 감당하며 방만한 조직을 개혁할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