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日 프로그램 베끼기·어색한 구성’ 논란
입력 2010-03-04 23:07
후지TV ‘신 도모토쿄다이’와 ‘MC밴드’ 형식 비슷… “연주 모습 어설프고 프로그램 분위기와 맞지 않아”
지난 2월 2일 ‘신개념 토크 콘서트’를 표방하며 첫선을 뵌 KBS 2TV ‘승승장구’가 일본 후지TV 토크쇼 ‘신 도모토쿄다이(新堂本兄弟)’의 형식을 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인MC와 보조 MC등이 밴드를 이뤄 오프닝을 열고 토크가 끝난 후 게스트와 함께 공연을 하는 ‘MC밴드’ 형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또한 ‘MC밴드’ 형식이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승장구’는 오프닝 때 김승우, 최화정, 태연 등 MC들이 밴드를 구성해 노래를 부르면서 게스트를 소개한다. 토크를 펼친 후에는 ‘MC밴드’가 반주를 맡고 게스트가 노래를 부르며 쇼를 마무리한다. 지금껏 한국 토크쇼에서 게스트가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있었지만 MC들이 하나의 밴드가 돼 쇼의 앞뒤를 음악으로 꾸미는 경우는 없었다. 이 때문에 첫 방송이 나간 후 “오프닝 밴드 무대로 시작하는 게 참신하고 신났다” “신개념 토크 콘서트답다”며 ‘MC밴드 토크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 형식은 2001년부터 시작된 인기 예능 프로그램 ‘신 도모토쿄다이’의 트레이드 마크다. 2인조 아이돌 가수 킨키키즈(KinKi Kids)가 주축이 된 밴드가 오프닝 때 노래를 부르며 게스트를 소개한다. 토크에는 메인 MC인 킨키키즈 멤버 2명이 쇼를 이끌고 나머지 밴드 멤버는 보조 MC로 참여해 질문을 하거나 게스트의 말에 호응한다. 이어 토크가 끝나면 MC밴드가 연주를 맡고 게스트가 노래를 부른다.
‘승승장구’ 윤현준 PD는 “해당 프로그램을 본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우리 쇼를 관통하는 주제는 ‘밴드’가 아니라 ‘주인공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주는 것’이어서 밴드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개념 토크 콘서트’라는 것은 토크와 음악이 같이 있다는 의미보다 콘서트에서 관객이 가수와 소통하는 것처럼 시청자가 MC나 게스트와 소통한다는 의미이고,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쇼 앞뒤로 MC 밴드가 노래하는 것은 특별한 형식이라고 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MC들의 밴드 연주로 쇼의 전후를 여닫고, 게스트와 노래를 부르며 연주하는 특이한 형식은 ‘신 도모토쿄다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능에서 형식이야 돌고 돈다지만, ‘승승장구’에는 ‘MC밴드’ 형식이 잘 들어맞지도 않는다. 메인MC가 전체 쇼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특성상, 킨키키즈야 가수니까 연주가 된다고 해도, ‘승승장구’에서 밴드는 연주도 어설프고 토크쇼 분위기와 섞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화정, 김신영 등 보조MC들은 밴드에서 손 모양만 흉내를 내고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이는 김승우 뿐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밴드의 의미를 묻는 글이 올라와있다. 시청자 이호원씨는 “우영은 기타를 못치고 손모양이 이상하다. 김신영은 퍼커션 담당인데 목소리가 더 크다”면서 밴드의 어색함을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일 ‘승승장구’는 시청률 6.9%(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