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신임 위원장 “민노총, 쇠파이프 버리고 국민의 신뢰 받도록 노력”

입력 2010-03-04 18:34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은 “앞으로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회장 최영기)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만찬 간담회에서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온 민주노총을 연대 평등 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좀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선출된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그간 쟁의국 차원의 집회와 행사에 치우침으로써 내셔널 센터(전국 단위 최상급 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하기보다 우선순위에 따른 사회적 의제 선점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례로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하면서 “민주노총이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떼인 임금을 받아주는 캠페인을 펼치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실업은 고령화 추세인 조합원이나 예비 조합원 자녀들의 문제”라며 “청년 취업예비군은 (민주노총이 조직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최대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조직 확대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미조직 비정규직실을 자신이 직접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예산과 역량이 집회 등 소모성 행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총파업 투쟁을 한답시고 연중 몇 차례 열리는 대의원 대회를 1년에 한 차례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양복 상의에 노타이 차림인 김 위원장은 역대 위원장들과 달리 투쟁복(민주노총 로고가 새겨진 점퍼나 조끼)을 입지 않은 이유에 대해 “투쟁복을 착용했다고 투쟁력이나 설득력이 생기지는 않는다”면서 “대신 민주노총 배지를 늘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대회에 때맞춰 주요 20개국 노동계 대표들(L20)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시대역행적 행사에 제동을 걸 L20에서 노동기본권 확산 내용 등을 담은 서울노동선언 같은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홍보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겠다”면서 “기관지 ‘노동과세계’를 연내에 10만부 이상 팔리는 유가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