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입학사정관들 ‘우수인재 발굴’ 비법·사례 공개… “내신관리 중요, 소개서 대필 안통해”

입력 2010-03-04 22:09

전국의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입에서 ‘우수 인재’를 발굴한 각 대학의 다양한 노하우와 사례를 공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4일 제주시 이도동 칼(KAL) 호텔에서 전국 80개 대학 입학사정관 3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0 대학입학사정관제 사례 발표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입학사정관들은 잠재력과 창의성을 당락의 주요 잣대로 삼았다고 밝히면서 우수 학생을 선발한 자신들의 비법을 소개했다.

우선 성적은 아예 보지 않고 학교장 추천과 면접만으로 일반계고 학생 150명(모집 정원의 15.5%)을 선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면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KAIST는 지난해 5∼6월 약 5주에 걸쳐 해당 전형에 지원한 전국 651개 학교에 입학사정관과 교수 46명이 흩어져 방문 면접을 실시했다. 이 대학 입학정책팀 김지훈(50)씨는 “전형이 모두 끝난 뒤 조사해 보니 서류만 보고 방문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최종 합격생의 36%는 불합격했을 것으로 집계됐다”며 “서류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면접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리더십 특기자 전형을 통해 발굴한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내신 등급이 2.9등급에 불과했지만 뇌성마비장애인 축구단에서의 봉사활동과 총학생회 활동 등이 높이 평가돼 합격했다. 대학 측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리더십과 적극적인 봉사활동,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자질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해 지방에 있는 인재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배성한 대표입학사정관은 “고려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수학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교수들과 함께 지방 학교들을 방문해 학생, 교사들과 면담해 인재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사가 책을 압수할 만큼 독서에 열중했던 학생을 사례로 들면서 이 학생이 제출한 독서감상문을 비중 있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 입시에서 교과 외 활동과 공동체 의식, 발전 가능성을 잣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전국입학사정관협의회 임진택 회장(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에서는 무분별하게 수상 실적을 쌓거나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방법은 쓸모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입학사정관제가 성적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며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둔 학생이라도 내신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