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정치인 출판기념회… 勢과시 목적, 내용도 비용도 ‘묻지마’

입력 2010-03-04 18:40


민주당의 한 유력 정치인은 4일 “한 달 동안 출판기념회만 40여 곳을 갔다 왔다”며 “한번에 20만원씩 모두 800여만원을 ‘책값’ 명목으로 냈다”고 푸념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 후보자들이 4일부터 금지된 출판기념회를 그동안 경쟁적으로 가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출판기념회는 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선거비용으로 쓸 ‘실탄’을 합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과 기업인의 보험들기=출판기념회를 여는 예비 후보자들의 지역 공무원이나 기업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비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보직이나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보험’을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는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 6명의 출판기념회를 모두 찾았다. 그는 “사업 특성상 관청의 인허가 사항이 많기 때문에 가서 수십만씩 낸다”며 “어느 한 곳만 갈 수도 없고, 뻔히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을 알면서 모른 체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충북도청 소속의 공무원 B씨는 “얼굴이라도 내비쳐야 승진이나 보직에 불리하지 않을 것 같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말했다.

◇부실 저서=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솔직히 읽어보면 책 같지도 않은 책도 많다”고 했다. 최근 출판기념회를 가진 한 의원은 본인의 외부 강연 내용을 엮어 책으로 냈다. 과거에 썼던 내용을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개정·증보판인데, 제목을 바꿔 새 책처럼 포장해 출판기념회까지 한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전에 냈던 책과 내용이 70% 이상 같은 것도 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표절논란에 휩싸인 의원도 있다.

출판기념회가 너무 호화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기념회장에는 개당 10만∼20만원하는 화환이 보통 100개 이상 진열된다. 꽃들은 행사가 끝나면 대부분 폐기된다. 무대 설치와 영상물 준비 등에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야당 인사는 대관료만 1500만원이 들었다.

◇세(勢) 과시로 활용=출판기념회 참석자는 대략 1000명에서 3000명 선이다. 아무래도 참석자가 많으면 외부에 ‘공천 또는 당선이 유력한 예비 후보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 후보자들은 인원 동원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주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마친 한 야당 의원은 “경쟁자에 대한 세 과시 의미도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와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상당수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동원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후보자는 서로 인원 동원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참석자가 많으면 그만큼 수입도 짭짤해진다. 여당의 한 유력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3000권을 팔았다. 예약 판매한 2000권을 포함해 그는 이번 출판으로 수억원을 거뜬히 챙겼다.

강주화 노용택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