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곤혹스런 軍… 기강해이로 비칠까 우려
입력 2010-03-04 18:41
군이 잇단 사고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군이 실시하는 고난도 훈련에는 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공군전투기와 육군 헬기가 추락한 사례는 없었다. 군 고위관계자는 4일 “몇 년 만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했다”며 “불가피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마치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처럼 비쳐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군의 무기체계와 훈련, 사전준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2일 추락한 공군 F-5 전투기나 육군 500MD 공격용 헬기는 모두 운용기간이 30년이 넘은 낙후된 항공기다. 그간 부품을 돌려쓰는 등 비상 정비를 통해 운용해온 것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훈련 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F-5는 1960년대 생산된 항공기로 비상탈출 장치가 일정조건에 이르러야 안전하게 작동한다. F-16의 경우 ‘고도제로, 속도제로’ 상태에서도 조종석 비상탈출이 가능하다. 반면 F-5는 고도 1000피트, 속도 100노트 이상이 돼야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발생한 사고를 보면 7대가 추락한 F-5 중 비상탈출에 성공한 것은 1대뿐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제작된 F-16은 5대가 추락했지만 3대의 조종사들이 비상탈출을 할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선자령 인근은 우리나라 동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스트리(일종의 푄현상)’가 잦은 곳으로 산 정상 부근에서 갑작스런 기류변화로 항공기 제어가 힘든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요즘 시기에 자주 발생한다. 여느 때 훈련과 달리 편대를 이룬 항공기 간 간격이 더 넓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야간비행 훈련 중 추락한 500MD 공격용 헬기 역시 사고 위험성이 높아 야간비행에는 많이 투입되지 않았다.
한편 4일로 예정됐던 고 오충현 중령 등 공군전투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영결식은 6일로 연기됐다. 영결식은 강릉비행장에서 부대장으로 실시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