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고민… 최상의 물가 수준은?

입력 2010-03-04 22:36


물가 하락을 보는 정부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물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만 떨어지는 물가를 마냥 반길 수 없어서다. 그동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지만 대외 충격에 약한 개방경제 특성상 글로벌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와 디플레 사이=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부터 물가관리 목표치를 3.0%±1% 포인트로 설정한 한국은행 입장에서야 반가운 일이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 ‘안정권’에 대한 정부의 해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물가 하향세는 분명 청신호지만 경기 회복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는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 주체들이 투자와 소비를 미루면 경기는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가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와 재정정책 여력 확보 필요”=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올리비에 블랜차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시경제정책 재고(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정부가 향후 경기 재침체 등 위기 발생에 대비하려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너무 낮게 가져갈 경우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 통화정책 운용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도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경우 과거에 빌린 돈보다 현재 자산가치가 높아지니 빚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맞다”며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금융위기 대응 시 금리 운용 제약이 있으니 2∼3% 정도의 기대수준으로 끌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