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 없는 美의회 윤리잣대… 민간 경비 지원받은 친한파 랭글 의원 세입위원장 사퇴

입력 2010-03-04 18:31

미국 의회의 엄격한 윤리잣대를 40년 가까운 경력의 여당 실세 의원도 피해가지 못했다.

민주당의 찰스 랭글(79·뉴욕) 의원이 3일(현지시간) 하원 세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유는 민간업체로부터 여행 경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윤리규정이 있고, 윤리위원회 제소가 이뤄지긴 하지만 ‘서로서로의 보살핌 속에서’ 징계가 거의 없는 우리 국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랭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11월)선거가 있는 해에 우리당 의원들이 나를 옹호하고, 내 문제 때문에 건보개혁 등 주요 법안이 차질을 빚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07년, 2008년 ‘카리브 뉴스파운데이션’이라는 자선단체가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에서 개최한 경제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 경비 일체는 AT&T,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회사들로부터 받았다. 부적절한 경비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하원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양당 3명씩으로 구성된 윤리위가 소집됐으며, 지난주 윤리규정 위반 판단을 내렸다. 공개 견책과 경비 전액을 돌려주라는 결정도 내렸다. 랭글 의원은 경비 지원 사실을 몰랐다며 버티기를 시도했지만, 윤리위는 ‘그가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두 보좌관은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랭글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윤리위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별장에 대한 세금 탈루 의혹, 뉴욕의 아파트를 정상가보다 싸게 임대하고 있다는 의혹 등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도 윤리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의회 윤리규정은 ‘50달러 이상 선물을 받지 못한다’고 돼 있다.

윤리규정 위반으로 그는 정치생명까지 위태롭게 됐다. 일각에서는 의원직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당선을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대표적 친한파인 랭글 의원은 지난해 한국전 휴전일(7월 27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 제정을 주도했었다. 2007년에는 한·미 우호관계 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가 주는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