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스파이 사건’ 007도 기가 막혀… 뉴스위크 16가지 선정 발표
입력 2010-03-04 18:31
독이 묻은 시가(cigar), 균으로 오염된 수영복, 19세의 정부(情婦) 마리타 로렌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없애기 위해 동원했던 암살 수법이다. CIA는 무려 8년간의 계획 끝에 1960년부터 65년까지 실행에 옮겼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1월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부인 마무드 알마부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배후로 추정되는 7명의 암살단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희대의 스파이 사건 16가지를 선정해 3일 발표했다.
50∼60년대는 미국과 영국, 옛 소련, 이스라엘 스파이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뉴스위크는 1953년 ‘할로우 니켈’ 사건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뉴욕의 신문배달부 소년이 신문대금으로 받은 동전을 우연히 떨어뜨린 순간 동전 내에 장착된 마이크로필름이 드러났다. 옛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가 각종 작은 생활용품의 내부를 파낸 뒤 도청 장치 등을 심어 활용해왔던 것이다.
CIA 비밀공작 문건에 따르면 198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해 있던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워리어호를 폭파시킨 건 프랑스 정보기관이었다. 벨기에와 콩고 쿠데타 세력은 1961년 콩고 초대 총리인 파트리스 루뭄바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염산에 녹여 없애 버리기도 했다.
2006년에는 러시아 KGB 요원 출신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영국에서 숨졌다. 사인은 희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 중독이었다. 그는 평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비난해왔던 터라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또 중국 해커들의 독일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도 희대의 스파이 사건으로 선정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