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친미성향 말리키 총리 진영 지방선거 이어 또 승리할까
입력 2010-03-04 22:42
이라크가 국가 재건의 첫걸음을 뗄 것인가, 종파 간 분쟁의 나락으로 추락할 것인가.
이라크 총선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 속에 7일(현지시간) 실시된다. 2005년 12월 총선에 이어 4년3개월 만이다. 이라크는 4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했다.
◇친미 말리키 총리의 연임 도전=친미주의자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 진영이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다시 승리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전후 이라크 치안을 안정시킨 덕분에 지지를 받았다. 제1당 지위를 확보하면 6월 임기가 끝나는 말리키 총리의 재임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무장세력의 폭탄 공격으로 유권자들은 그의 치안관리 능력에 의문을 던졌다.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이라키야’와 반미-친이란 강경 시아파인 ‘이라크국민연맹(INA)’은 이를 앞세워 비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라크 국민 중 60%는 시아파, 35%는 수니파다. 하지만 같은 종파라도 수많은 정당이 있고 이 정당들이 종파에 상관없이 연합하고 있어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법치국가연합은 시아파와 쿠르드, 기독교 등 40여개 군소 정당과 단체가 모였고, 이라키야도 수니파 정당인 국민대화전선(NDF)과 사담 후세인 당시 집권세력인 바트당이 참여했다. INA는 시아파 최대 정당 이라크 이슬람최고회의(ISCI)와 반미 강경 시아파 알사드르가 손을 잡았다. 지난달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법치국가연합이 29.9%로 1위였다. 하지만 이라키야가 21.8%로 맹추격 중이다. INA도 17.2%를 차지했다. 과반 의석의 정당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선거 이후가 더 중요=주요 외신들은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재건을 향한 행보에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격동에 휘말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이번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총선 후 혼란이 지속되면 내년 말까지 예정된 미군 완전 철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INA가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2011년 말로 예정된 미군 철수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고 이란의 영향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를 기반으로 서구식 민주주의 모델을 중동에 확대하려던 계획도 흔들리게 된다. 반대로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이란은 말리키 총리의 재집권을 꺼리고 있다. INA나 이라키야를 지원한다는 설도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