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 중의 한 사람이

입력 2010-03-04 18:10


마태복음 27장 45∼50절

오늘, 마태복음에 나타난 한 이름 없는 사람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거늘”(마 27:48) 그 중 한 사람이 누구인 줄 모릅니다만 아마도 예수님이 선교여행을 하실 때 말씀에 은혜를 받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치유의 은총을 받았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성경 본문은 그가 누군지에 대해 아무 설명을 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이 고통당하였을 때 그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꼈던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사람은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를 부어서 십자가 앞으로 달려가 예수님께 마시게 하려 했습니다. 신 포도주는 고통 경감과 마취 기능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예수님께 신 포도주를 가져다 드릴 때가 언제인가 하면 예수님께서 가장 고통 당하셨을 때입니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영적인 고통도 극에 달하였을 때입니다. 그는 이 때 망설이지 않고 동네로 달려가 십자가에 달려 있는 예수님의 입에까지 닿을 수 있는 긴 갈대를 준비했다. 갈대 끝에는 해면을 실로 단단히 묶어 거기에 마취제인 신 포도주를 쏟아 부어 예수님 입 가까이에 올렸습니다.

물론 신 포도주를 마신다 해도 고통을 다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이 당하시는 고통의 1000분의 1, 1만분의 1이라도 줄여드리고자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같은 행동을 한 것입니다. 로마군병에게 잡힐 경우 채찍에 맞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십자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못 박고 빈정대고 조롱하고, 어떤 이는 “엘리야가 구해주나 보자”라며 그저 재미있는 구경으로 여깁니다. 또 다른 여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그 중 한 사람’처럼 실제적인 일을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성경본문은 “그 중 한 사람이 달려갔다”고 전합니다. 그저 걸어서 십자가에 조심스럽게 가까이 간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으로 여겨져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온 것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은 분명 자신의 옆구리에다 포도주병을 달고 달려갔을 것입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이 해면을 입에 대어 신 포도주를 조금이라도 빨아 드시기를 바랐고, 다 드시면 다시금 해면에 신 포도주를 부어 한 번 더 빨아 드시게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해면을 입에 대시기만 할뿐 드시지는 않았을 때 안타까워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것이 신 포도주임을 아시고 인류를 위해 남김없이 고통을 당하시고자 마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예수님은 그가 하려고 한 갸륵한 일을 가슴속 깊이, 뼛속 깊이 담으셨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살면서 예수님이 중한 고통을 당하시고 계실 때 달려갔던 그 사람,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줄여보려고 노력한 ‘그 중 한 사람’의 안타까운, 미어터지는 그 마음을 가슴속에 지니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배태진 목사 (기장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