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학 퀴즈] 이렇게 끝났습니다

입력 2010-03-04 18:10

1등 당첨자 “콩트 주인공과 비슷해요”



오전 11시 휴대전화 너머로 졸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친구, 상태가 좀 안 좋더군요(웃음). 아, 저요? 그 친구랑 비슷해요.” 설 이벤트로 마련된 ‘지하 생활자의 꿈’ 콩트 퀴즈(본보 2월 12일자 14, 15면)에서 1등을 거머쥔 행운의 주인공은 지난 2일 당첨 소식에 이렇게 심드렁하게 대꾸하더군요. ‘그 친구’란 콩트 속 만년 아르바이트생 김군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자신을 ‘직장 때려치우고 5개월 전부터 백수로 지내는 20대 후반의 남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누군들 1등의 자격이 없겠습니까. 책 사랑하고 퀴즈 즐기는 국민일보 독자면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통화에서 경품인 세계문학전집 100권 세트는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망에 허우적대던 김군이 그랬듯 1등 당첨자도 100권의 책에서 희망의 열쇠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공대 학부생과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 자녀와 협업으로 퀴즈를 풀었다는 60대 주부, 책 1만5000권을 소장한 60대 은퇴자…. 당첨자 14명의 면면은 참 다양했습니다. 응모자들이 정답과 함께 적어 보낸 글에는 콩트에 대한 평도 많았습니다. ‘내 얘기인 것 같아 눈물이 돌았다’ ‘대한민국 20대에게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공감도, ‘여러 문학적 모티브를 섞은 게 대단하다’는 칭찬도 있었습니다.

사실 콩트 퀴즈가 게재된 날, 첫 반응은 “너무 어렵다”는 불평이었습니다. 인정합니다. 울트라 슈퍼 고난도 문제였습니다. 비교문학 전공 대학원생은 “전공이 문학인데 쉽지 않았다”며 “도서관에 다니며 며칠을 찾아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일반 독자에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렇다고 독자를 골탕 먹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목표가 정답이 아니라 ‘이야기와 놀기’였기에 고난도 문제는 오래 잘 놀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책을 뒤지며 행복한 토론에 빠졌던 모든 독자에게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백 권으로 계단 만들어 스텝운동 하고, 두 권씩 아령으로 사용하고, 베고 자고, 표지 맞춰 정렬도 하고, 백 권 깔아놓고 인증 사진도 찍고 싶다.(라면 받침으로는 쓰지 않겠다!!!)’며 세계문학전집 100권 세트에 대한 불타는 의지를 적어 보내셨던 응모자는 언젠가 꼭 꿈을 이루길 기원합니다.

◇정답

◇라틴어 문구 =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11곳 장소 = 모스크바(Moscow), 에드몬트 호텔(Edmont Hotel), 마꼰도(Macondo), 아인프리트 요양원(Einfried Sanatorium), 네더필드 파크(Netherfield Park), 손필드(Thornfield), 옥스퍼드(Oxford), 미겔 스트리트(Miguel Street), 옥스브리지(Oxbridge), 리비에라(Riviera), 이탈리아(Italy)

한 가지, 힌트 오류로 에드몬트의 영문 표기는 Edmonton까지, 마꼰도는 마콘도까지 정답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