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쉼터 ‘하늘목장’ 생활 통해 희망 되찾은 10대 소녀 이야기

입력 2010-03-03 22:00


“상처입은 아이들 정성껏 도와 불행했던 과거 보상받아야죠”

“제 경우처럼 상처 입은 청소년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불행했던 세월을 보상 받으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죠.” 인천 부개2동에 위치한 청소년 여성 단기 쉼터인 ‘하늘목장(skyshimter.org)’에서 만난 이민정(17·계수리장로교회)양은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양은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남다른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늘목장은 가정불화나 해체, 부모의 학대 등으로 갈 곳을 잃은 가출 청소년들이 주로 기숙하는 쉼터이다. 이 양이 이 쉼터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5월. 이전까지 그는 주유소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가숙 서가식(東家宿西家食)’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 할 수 없이 쉼터에 들어왔지만 처음엔 막막했어요. 왜 이처럼 살아가야 하는지 부모님과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많았죠. 그러다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는 쉼터 선생님들의 정성스런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씩 이수해가면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기도와 찬양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곤 했다. 믿음 안에서 모범생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습관적으로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미용사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다음 주엔 요리사자격증 취득을 위해 한식 요리반에도 등록할 계획이다. 미래 한식당을 운영하겠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고졸 검정고시에도 도전한다.

그는 쉼터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자신처럼 상처 입은 후배들에게 언니로서 체험담을 들려주며 진로 상담도 해준다.

지난해 1월 개원한 ‘하늘목장’ 쉼터는 정서적으로 한창 민감한 시기에 가정과 학교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 채 방황하는 만 10∼19세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안식처다.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 조리사들은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개선하기 위해 입소생에게 심리·적성검사를 실시하고 각종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금연·요리·성·예절교실 등)을 통해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특히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앙 상담을 하고 있다. 입소부터 퇴소 때까지 무료이다. 학업이나 자립 의지가 뚜렷한 가출 청소년들은 그룹홈이나 중장기 쉼터로 연계해 준다. 지금까지 이 쉼터를 거쳐 간 가출 소녀는 150여명. 아이들은 쉼터 생활을 통해 상처 받았던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을 되찾고 있다.

현재 하늘목장과 같은 청소년쉼터가 전국적으로 80여곳에 달한다. 그 중 50여곳을 기독교 목회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하늘목장 소장 성태봉(49) 목사는 “가정폭력, 가정해체 등을 이유로 보호대상 청소년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청소년을 위한 양육 시설의 확충과 직원들의 처우 개선 및 후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