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0’ 하나 더 붙였다가 5억3천 주택 53억에 낙찰

입력 2010-03-03 19:04

조남성(가명)씨는 지난해 3월 법원 경매로 나온 아파트를 낙찰 받았다. 뛸 듯이 기뻤던 순간도 잠시 조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쓴 매수신고서에 금액이 53억2000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4억8640만원으로 시작된 경매에서 5억3200만원을 써내려던 것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의도한 액수보다 10배나 많은 최고가 신고액으로 낙찰을 받은 것이다.

당황한 조씨는 즉각 법원에 실수를 알리고 매각 불허가 신청을 냈다. 경매를 담당하는 사법보좌관은 “조씨가 입찰 가격에 중대한 오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 불허가 결정을 내렸고 1심 법원의 인가가 이어졌다.

그러자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던 송미자(가명·여)씨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박’이 눈앞에서 날아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송씨는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차순위 매수 신고액이 6억여원이었던 점과 조씨가 낙찰 직후 자신의 오기를 깨닫고 매각 불허가 신청을 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1심의 결정은 정당하다”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고심 판결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조씨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땅을 쳐야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3일 “착오로 원래 기재하려 한 입찰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했다는 사유는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매각 불허가 결정을 내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조씨의 낙찰이 유효한 것으로 결론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환송심에서 결정이 확정되면 조씨는 법원이 정한 기간 내에 매각 대금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5억원짜리 아파트를 53억원이나 주고 살 리는 만무하지만 조씨가 납부 기한을 넘겨 재경매에 이르게 되면 매수신청 보증금(최저매각 가격의 10%)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0’ 하나 잘못 적은 대가로 4864만원을 날리게 된 셈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