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게임’ 비정한 부모… PC방 전전 3개월 딸 굶겨 숨지게 한 부부 구속
입력 2010-03-03 19:04
인터넷 게임 중독이 결국 딸을 굶어 죽게 했다. 비정한 부부는 PC방 게임에 빠져 영양실조로 서서히 죽어가는 생후 3개월 된 신생아 딸을 장기간 방치했다.
경기도 수원 서부경찰서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김모(41·무직)씨와 김씨의 아내(25)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2008년 8월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다. 김씨는 당시 막노동 등을 하며 찜질방을 전전하던 터라 장인·장모의 반대 속에서도 아내와 함께 처가에서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2일 딸을 얻자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 부부가 됐다. 생활능력이 없던 이들에게 미숙아(2.25㎏)로 태어난 딸은 엄청난 짐이 됐다. 이 무렵 부부는 인근의 PC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 처가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김씨 가족은 지난해 9월 초쯤 수원시 세류동에 부엌이 딸린 7평 남짓한 지하 세방으로 분가를 했다. 월세 20만원은 처가에서 부담했다.
분가를 하면서 이들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다. 자연히 인근 PC방을 찾게 됐고, 하루 평균 4∼6시간씩 게임에 몰두했다.
딸에게는 고작 하루 한두 차례 공급되는 우유가 유일한 영양원이었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점점 말라 죽어가는 딸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해 9월 24일에도 평소처럼 PC방에서 밤새워 게임을 한 뒤 아침에 집으로 들어와 죽어 있는 딸을 발견했다. 겁이 났던 이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가 지나치게 말라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경찰은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영양부족으로 인한 ‘기아사’로 판명났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딸을 화장한 뒤 경찰의 수사가 좁혀오자 무작정 달아났고, 경기도 양주시의 처가 등에 숨어 지내다 5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돈벌이가 없어 생활이 어려웠던 부부가 미숙아로 태어난 딸을 돌보기 곤란하게 되자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받고 집에 출동했을 때 젖병에 담겨 있던 분유는 썩어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