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조건부 재건축’… ‘조합설립서 착공’ 2∼3년 예상

입력 2010-03-03 18:55

서울 강남 아파트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조건부 재건축’ 대상으로 판정받았다. 재건축 시기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재건축을 허용한 것이다. 관할구나 부동산 업계의 의견을 종합할 때 재건축 시점은 이르면 내년으로 예상된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3일 밝혔다. 강남구는 5일 안전진단자문위원회를 열어 재건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안전진단 용역을 맡은 ㈜한국시설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최종 성능점수는 50.38점. 최종 성능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 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이다. 조건부 재건축은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돼 재건축이 가능하나 붕괴우려 등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등급이다.

연구원 측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내린 근거는 준공 31년이 지나 구조체 및 설비배관이 노후화됐고 주차시설 및 일조환경 등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또 지진하중에 취약해 계속 보수·보강하기보다는 전면적인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원 측 진단이다. 구 관계자는 “재건축이 최종 결정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2011년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기본적인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이주·철거를 거쳐 착공까지 2∼3년, 아파트 완공까지는 최소 5∼6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체 28개동 4424가구 주민과 30여개에 이르는 상가조합원을 대상으로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진행 과정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특히 중대형으로 지을 경우 소형평형 의무비율(60㎡ 이하 20%)이 적용되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지금보다 작은 평형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건축 결정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이미 시세에 재건축 ‘호재’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 팀장은 “이번 결정이 다른 재건축 단지에 긍정적인 사인(sign)은 될 수 있겠지만 은마를 비롯해 다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할 정도로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재찬

백민정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