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윤재석] 새벽, 대한민국을 일으키다

입력 2010-03-03 19:06


“새마을 운동, 조찬 모임, 새벽기도는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삼위일체 원동력”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1970년대 아침마다 스피커를 통해 우렁차게 울려나왔던 새마을 노래 1절. 대한민국을 고질적인 가난으로부터 구해내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계몽적 지도자의 ‘눈물겨운 열정’이 스며있는 노래였지만 초기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그가 추진하는 개발독재 드라이브의 맹종적 추임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당시 농촌을 중심으로 전개된 새마을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태, 음주, 도박 등으로 점철됐던 농촌의 병리 요소들이 하나하나 희석되고 건전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전환됐다. 살림살이도 점차 나아졌다. 노래 만든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즈음 우리 사회엔 또 하나의 현상이 태동되고 있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조찬모임이었다. 여명을 뚫고 달려온 ‘얼리 버드’들은 옹기종기 모여 때 이른 아침식사를 나누며 고도성장을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몰두하곤 했다. 명징한 정신으로 알찬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모임을 통해 끈끈한 인맥도 쌓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였다.



태동 초기 경제, 기업경영 위주였던 조찬모임은 정치, 사회, 문화, 국제정세에 이르기까지 다른 분야로 확산됐다. 모임 패턴 역시 조찬을 나누며 담소하는 형태로부터 특정 의제에 대한 토론, 석학 초청 강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화됐다. 요즘엔 간단한 퍼포먼스를 곁들이는 경우도 있다.

조찬모임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아침 일찍 모임에 참석하려면 되도록 일찍 자야 한다. 가무음곡, 주지육림의 질펀한 밤 문화를 포기해야 한다. 일찍 일을 시작하니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어 그만큼 능률이 올랐다. 조찬모임은 어느새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개신교계는 새벽기도의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선교사들이 이 땅에 복음을 전파했을 때부터 강조됐던 새벽기도. 그러나 대한제국 패망과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시들해져가던 이 영적각성운동이 70년대 들어서 다시 불붙기 시작하면서 요원의 불길처럼 이 땅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새마을운동과 조찬모임, 새벽기도, 이 세 가지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향해 확대재생산을 거듭하는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마을운동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도국들은 고질적인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보고 새마을운동을 그들 사회에 접목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중국 등 많은 나라의 지방 지도자들은 아예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입소해 집중 훈련을 받기도 한다.

조찬모임은 선진국 사회가 관심을 갖고 채택하는 메뉴로 인기가 높다. 오찬모임이나 만찬 행사 위주의 서양 문화에 비추어 건전하고 능률적이라는 것을 체험한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다. 멕시코 출신의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몇 년 전 우리나라의 조찬모임에 참석해 보고는 이를 각국에 전파하고 싶다고 피력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각국에 파송된 2만여명의 한국 선교사들은 개화기 이 땅에 들어왔던 외국 선교사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파송 지역에서 새벽기도를 전파하고 있다.

인성을 일깨운 새마을운동, 지성을 연마한 조찬 모임, 그리고 영성을 불사른 새벽기도. 갖가지 고난과 질곡 속에서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룬 덕분 아닐까.

사순절 한복판, 많은 교회가 특별새벽기도회로 새벽을 깨우는 풍경을 보고 해본 생각이다.

윤재석 카피리더 jesus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