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 ‘공교육의 기적’… 초등생 국·영·수·과학 기초학력 미달 ‘제로’ 기록
입력 2010-03-03 22:30
강원도 양구군 동면 임당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은 강성민 교사는 3일 교무실에서 30∼40쪽 되는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었다. 양구지역 초중학교들이 독특하게 운영하고 있는 ‘펀치볼 학습 관리카드’다. 이번에 전근 온 그는 연구부장에게서 관리카드를 넘겨받아 학생들의 학습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양구군이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펀치볼 학습 관리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10개교 초등 6년생 215명 가운데 국어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서 기초학력이 미달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사회 과목에서 미달자가 단 1명 있었을 뿐이었다. 지난해 초 6학년에 올라온 학생 가운데 기초미달 우려 학생은 5∼10%나 됐었다.
이런 놀라운 변화에 대해 양구군교육청 장기묘 장학사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맞춤교육, 방과후 학교, 종일 돌봄 교실 등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열정적인 교사와 학교, 교육청의 관심, 지자체의 지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양구군에 있는 특이한 지형인 펀치볼의 이름을 따 양구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펀치볼 학습 관리카드제는 특히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 등을 꼼꼼히 기술해 놓은 데다 초등 1학년 때부터 중학 3학년까지 자료를 축적해 관리하기 때문에 새로 배치된 교사도 금방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6학년 학생이 10명인 방산초교의 경우 ‘학력키움 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약속한 시간에 정말로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전화로 확인을 하고, 학부모가 원할 경우 집을 방문해 직접 공부를 지도하기도 했다. 맞벌이 부부나 다문화 가정 등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종일 돌봄 교실도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밤 8∼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김길남 비봉초등학교 교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인 김모군의 경우 50대 부모가 가정에서 학습 지원을 거의 방치한 상태였다”며 “그러나 종일 돌봄 교실에 참여한 뒤 김군은 5과목 평균 60점대의 성적이 90점대 가까이 오르고 성격도 쾌활해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양구군에서는 특히 학교마다 영어 체험교실과 전용교실을 갖추어 놓고 영어 학습 향상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체험교실에는 영어 전담교사와 원어민 교사를 배치, 물건사기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영어회화를 배우게 하고 있다.
양구=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