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선행지수 하락, 소비·설비투자도 감소… 한국경제 상승세 주춤

입력 2010-03-03 22:01


거침없이 내달려온 한국경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1월 경기선행지수가 13개월 만에 하락하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감소하는 등 경기가 주춤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동행지수가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기 하강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2∼3분기에 나타난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된 상태여서 하강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엇갈리는 지표…경기 하강하나=3일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9% 증가해 지난 7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다. 이는 1976년 7월 38.8% 이후 최고의 증가율이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승용차 세제지원이 지난해 말 끝나면서 자동차 소비가 줄고 설비투자가 감소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전월 대비 0.3% 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해 1월 이후 12개월간의 상승행진을 마감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경기 상승 국면이 정점을 찍고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 국장은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하락한 것은 경기가 약간 주춤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하강 국면이라고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2∼8월 경기선행지수가 7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일시적인 하강 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경기상승 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제조업 가동률지수가 전월대비 1.2%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8% 줄었다. 빠르게 개선되던 소비도 약화돼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 대비 1.3%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9.8% 줄어드는 등 경기둔화 조짐이 확연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경기선행지수 흐름 자체가 꺾이면서 몇 개월 후 상승세를 마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며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하강세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1분기가 지나봐야 경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예상했던 결과…시장반응은 차분, 증시엔 부담=증시는 산업활동 동향 발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32포인트(0.45%) 오른 1622.44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경기선행지수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경기가 완만한 하락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금리는 예상했던 경기모멘텀 둔화를 확인하자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는 전날보다 0.02∼0.03% 포인트, 회사채 금리는 0.01∼0.02%포인트 내렸다.

김재중 김정현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