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지진, 軍 구호물자 배급 나서… 치안불안 소방차도 피습

입력 2010-03-03 22:03

지진 피해가 심각한 칠레 콘셉시온에 2일(현지시간) 본격적인 구호물자 배급이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지진이 발생한 지 4일 만이다. 군인들이 500만개의 비상식량을 트럭에 싣고 다니며 콘셉시온 거리에서 나눠주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전했다. 칠레 정부는 통행금지 시간을 하루 18시간으로 늘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현장에서 숨어있던 폭도들에게 습격당해 물을 빼앗기는 사고도 잇따랐다. 미구엘 마예스 칠레 소방청장은 WSJ에 “물이 가장 귀해 소방차가 표적이 되고 있다”며 “경찰과 군대의 경호가 없으면 출동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망자 수는 795명으로 늘었다. 처음 지진이 발생했을 때 칠레 정부가 밝힌 사망자는 100명선이었다. 칠레의 일간신문 라 테르첼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지진 피해지역의 빈곤 상황을 간과해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가 미적거린 것이 약탈과 폭력을 불러왔고, 구조대의 능력도 기대에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외국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군대를 파견한 건 지진 발생 이틀 뒤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칠레 대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8㎝ 정도 움직여 하루의 길이가 1.26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정도 짧아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진은 지구 전체의 질량 분포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 결과 지구 자전 속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지진해일) 당시에도 지구 자전축이 7㎝가량 움직여 하루 길이가 6.8마이크로초 짧아진 것으로 나사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한편 콘셉시온으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연락 두절 상태라고 현지 한국대사관이 2일 밝혔다. 조모(여), 장모씨 등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지난달 26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빙하 트레킹을 위해 콘셉시온으로 이동했으나 규모 8.8 강진이 발생한 27일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지진 피해로 콘셉시온의 전화망이 거의 가동되지 않는 탓에 단순한 연락 두절일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