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플랜 ‘2020’ 발표… “기력 잃은 EU경제 해법은 녹색성장·교육”

입력 2010-03-04 01:25

유럽연합(EU)이 3일(현지시간) 녹색성장, 일자리 창출, 안정적 경제 성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향후 10년의 경제 비전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가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공개한 ‘유럽 2020’은 역내 경제를 가장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식기반 경제로 이끌어가는 걸 목표로 한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제비전 문건은 “EU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느긋이 제멋대로 경제 개혁을 해서 갈수록 세계 경제 무대에서 가라앉거나, 그렇지 않다면 유럽 경제 회복을 위해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에 밀리는 EU의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들이 성장 격차, 실업 문제, 금융위기 등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2020은 EU 경제의 문제점으로 낮은 성장률, 생산성 및 투자 부족, 고령화,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EU 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녹색산업 분야의 기술 개발과 교육 수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27개 회원국이 달성해야 할 목표도 제시됐다. 취업률은 69%에서 75%로,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9%에서 3%로, 30∼34세의 대졸자 비중을 31%에서 40%로 올리는 것 등이다.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1990년 대비 20%로 줄여야 한다.

문건은 수정 작업을 거쳐 이달 25, 26일 EU 정상회담에서 공식 승인될 예정이다.

‘유럽 2020’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회원국들의 목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불이행 국가에 대해 일부 국가가 주장한 ‘시정조치’ 대신 ‘감시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렇게 되면 2020 비전의 실행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럽 2020은 그리스 사태 등 EU의 재정위기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시사 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2일 ‘유럽의 새 경제 전략이 기적의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제목의 기사에서 곳곳에서 제기되는 비판론을 전했다. 브뤼셀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선임연구원 자크 펠크만은 “아름답지만 모호한 단어로 가득 차 있다”며 “성취할 수 없는 희망을 내걸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10년 전 리스본 어젠다에서도 R&D 투자를 GDP의 3%로 목표했지만 27개 회원국 중 스웨덴과 핀란드만이 달성했다.

유럽 지도자들의 개혁 의지 부족도 지적했다. 리스본카운슬의 앤 메틀러는 “유럽 지도자들은 비효율적인 국영 통신기업 정리에도 지나치게 신중했다”며 “우리는 그런 높은 목표를 수행할 배터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